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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130년 만에 처음 노동절에 쉬었어요" 집배노동자 울리는 겸배 [안전은 권리]
2020-05-04 08:16 작게 크게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5월 2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30년 만에 처음 노동절에 쉬었어요" 집배노동자 울리는 겸배 [안전은 권리]

- 편지 한통 배달에 2초, 1일 평균 11시간...OECD 평균 1.5배 노동
- 작년 한해만 10명 집배노동자 돌연사
- 동료가 아프고 사망해도, 누군가 대신해야 하는 '겸배'가 더 두려워
- 전국 2만 명 집배원에 안전 관리자는 1인뿐이었던 안전 사각지대

◇ 김양원PD(이하 김양원)> 지난 한 해에만 국내에서 10명의 달하는 집배원들이 돌연사로 사망했습니다. 누군가는 집배원들의 잔혹사라고 표현했던데요.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을 삼가는 대신 많은 가정에서 택배를 이용하면서 집배원들의 업무는 그야말로 폭주했다고 하죠. 열린라디오YTN에서 산재예방과 일터에서의 안전을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안전은 권리입니다> 오늘은 집배 노동자의 안전 문제 들여다보겠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성에 노동안전보건실장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이하 조성애)> 네, 안녕하세요. 조성애입니다.

◇ 김양원> 코로나19사태로 가뜩이나 격무에 시달렸던 집배원들의 업무가 폭주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긴급생계자금 배송이 우체국을 통해서 이루어져요. 이러다 보니까 살인적인 업무량이라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 조성애> 요즘 다시 집배노동자들의 노동이 언론에 나오고 있는데요. 평소에도 집배노동자들이 하루에 한 11시간, 10시간, 정도의 일을 했어요. 주간으로 보면 57시간 정도의 일인데, 보통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는데. 긴급생계자금을 대구가 일단 처음 시작해서 32만 통이 있고요. 군산이 11만 통이 접수되어 있고, 많은 지자체들이, 특히 도시가 아닌 농어촌 지역에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나와서 신청하기 너무 어려우세요, 그러니까 그분들에게 가져다드리는 서비스를 우체국에 요구하게 되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집배원들이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건데. 사실 집배원들의 노동강도가 기존에도 훨씬 높았지만 이거로 인해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 김양원> 그렇겠네요. 작년 8월입니다. 집배노동자인 姑성우준님 사망 사건을 비롯해서 유독 집배원 분들의 돌연사가 많았어요. 집배 노조나 유가족 측에서는 이게 살인적인 업무강도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사회적인 타살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계시죠?

◆ 조성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57시간 주당 일한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1년에 4개월을 더 일하는 거고요. 연 1,800시간의 노동시간으로 보면 OECD 노동자들이 1년 동안 일할 걸 우리는 1년 6개월 치를 1년 안에 하는 정도로 과로사회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과로가 많은 건 또 뭐냐면, 우체국 가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당일 들어가는 거, 내일 들어가는 거, 빨리빨리 가야 되는 그 편지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내가 한번 쉬면, 내가 오늘 아프거나 혹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쉬게 되면 동료들이 내 집배구역을 배달해야 돼요. 하루도 쉴 수 없어서 이제 이거를 ‘겸배’라고 저희들은 표현을 하는데. 내 것도 굉장히 물량이 많은데 내 옆에 동료가 아프거나 혹은 상을 당했거나 이랬을 경우에 그 동료들의 일까지 하다 보니까 사실은 엄청난 업무 하중에 시달리게 되고 이런 것들이 저희들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죠. 오토바이 타고 하다 보면 사고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그러시기도 하고 혹은 다른 차량에 다치기도 하고, 오토바이 사고가 난 집배원이 병가를 쓰고 있었는데 추석이 다가오면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집배원들이 힘드니까 우체국에서 언제 나오냐, 빨리 나와라, 이제 괜찮지 않냐, 이런 전화를 받고 병가 중이던 노동자가 우체국이 나를 사람 취급 안 한다, 내가 아픈 건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유서를 쓰고 돌아가시는 분이 계세요. 이렇게 사망 사례가 많은데 더 슬픈 건 동료가 죽었는데 집배원들이 생각하는 고민은 저 일을 누가 나눠서 하지? 그러니까 장례식에 가서도 업무를 어떻게 나눌 거냐 라고 얘기하면서 또다시 저 사람의 일이 내 일인 것처럼 느껴져서, 슬퍼해야 되지만 당장 일해야 하는 것을 걱정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 거죠.

◇ 김양원> 참 비인간적입니다. 잇따른 이런 집배노동자의 사망 사건이 높은 업무강도로 인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는 좀 규명이 된 상태인가요?

◆ 조성애> 저희가 2017년, 2018년도 거의 1년 정도에 걸쳐서 집배노동자의 업무와 관련한 연구를 같이한 게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집배노동자들이 첫 번째, 장시간 노동을 한다, OECD보다 1.5배 정도 더 많은 노동시간을 한다라는 얘기가 있었고요. 두 번째는 노동강도라는 건데 우리가 평상시에 걸어 다니면 심박 수가 천천히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집에 노동자들의 심장 박동이 어떻게 뛰는지를 확인해 보니 내가 평상시에 뛰는 것의 1.3배, 1.4배, 1.5배 빨리 움직이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실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게 확인되었고. 또 업무 스트레스가 대면 업무잖아요? 사람을 만나야 되고 사람이 없으면 다시 찾아 가야 되는 등기업무 같은 것들도 있고 이런 것들 때문에 업무스트레스가 다 어떤 하나의 요인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어서 그 사람을 사망하게, 과로에 이르게 하는, 과로사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 이것은 유가족이나 같이 했던 연구자들의 이야기고 사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동의하지는 않아요.

◇ 김양원> 그 이유는 뭔가요?

◆ 조성애> 그러니까 노동 시간도 저희가 조사한 게 2700시간인데 우정사업본부는 2,400시간 정도로 얘기를 하거든요?
    
◇ 김양원> 노동시간 자체에서도 괴리가 있다는 얘기군요?

◆ 조성애> 네. 우정사업본부는 출퇴근 때 입력한 전산 자료를 내면서 통계가 2400시간이라고 얘기하는데, 저희가 전체 집배원의 90%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출근 체크를 하기 전에 먼저 일을 하다가 딱 시간이 되면 체크를 하고 그다음에 일을 마치고도 퇴근 체크를 한 후에 다시 나머지 업무를 하고 퇴근을 하는, 공무원들은 잔업 시간에 대한 기준이 있어요. 그 이상 하면 안 되는 이런 기준 때문에 그 전에 일하거나 그 후에 일하는 것들을 인정 안 해주거든요? 얼마만큼의 잔업을 하겠다고 사전승인제처럼 되어있어요. 딱 그 시간 이외에는, 표현은 그런데 사실은 잔업을 하게 되면 비용을 지출해야 되는 거잖아요? 잔업 수당을요. 이런 게 예산이 없다는 것 때문에 저희는 이런 걸 숨은 노동이라는 표현을 써요.

◇ 김양원> 숨은 노동이다. 사실 저희가 방송하고 있는 오늘이 5월 2일 토요일이고요. 어제가 노동절이었잖아요. 노동절에 이렇게 가까이 와서 듣는 이런 열악한 노동의 상태가 참 씁쓸합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집배노동자분들, 흔히 우리가 집배원이라고 일컫는 분들의 신분이 전부 다 공무원이 아닌 모양이죠?

◆ 조성애>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혼재하는데요. 보통 회사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있다고 보시는 것처럼 정규직 집배원의 숫자가 만 오천 명이 조금 넘고요. 비공무원이라고 하는, 상시계약 집배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분들이 700여명 있고 그리고 위탁으로 소포만 배달하게 되어 있는 분이 2천여 분 정도 돼요. 거의 2만 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집배와 관련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 김양원> 저희가 사실은 노동절을 맞아서 집배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려 한 이유가 또 하나 있어요. 근로자의 날이었던 어제 집배노동자 분들이 처음으로 쉬었다면서요?

◆ 조성애> 네. 우정사업본부가 생긴 지 130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절에 쉬었습니다.

◇ 김양원>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겁니까?

◆ 조성애> 공무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법이 있잖아요.

◇ 김양원> 그렇죠.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가 아니죠. 공무원은 

◆ 조성애> 네. 그런데 집배노동자는 공무원이면서도 공무원 같지 않은, 사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다른 노동과 관련한 안전에 관한 법률 이런 건 다 적용을 받거든요? 이번 5월 1일에 쉬게 된 거는 노사가 맺은 단협 때문이에요. 단협에 노동절은 휴일이다. 그리고 여태껏 노동절이 휴일이었는데도 왜 못 쉬었나, 공무원들 다 안 쉬니까 특근수당 줄 테니, 당신들은 출근하라는 논리였어요. 28일 우정사업본부가 5월 1일에 쉬겠다는 걸 발표를 했거든요. 오후에 집배실의 풍경이, 집배노동자들이 거의 환호를 하면서 좋아했다 그러더라고요.

◇ 김양원> 아니 13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요?

◆ 조성애> 처음도 처음이지만 30일이 석가탄신일, 5월 1일 노동절,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되잖아요?

◇ 김양원> 황금연휴라고 하잖아요.

◆ 조성애> 처음으로 이렇게 4일을 집배노동자 모두가 쉴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실제 여름휴가도 한꺼번에 못 가니까 돌아가면서 동료들이 나누어 가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누군가 휴가 간 자리에 겸배를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휴가를 가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여름휴가도 4일을 가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토요일, 일요일을 끼어서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연휴로 쉬게 되어서 집배노동자들이 내가 정말 이제 노동자로 인정받는구나,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 김양원> 방송 들으시는 우리 청취자 여러분, 그날 하루, 급한 우편물 못 받으셨다고 억울해하시지 마시고요. 같은 노동자끼리 같이 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잠깐 훈훈하게 분위기가 좀 바뀌었는데 사실은 앞서 말씀하셨던 집배원들의 이런 살인적인 노동강도, 이로 인한 돌연사 이런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 와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라고 운영이 돼서 결과를 도출한 거로 알고 있어요. 거기에 우리 조성애 실장님도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 권고안이라고 해서 어떤 결론을 내셨잖아요. 어떤 내용들이 있었습니까?

◆ 조성애> 전문가와 노사가 함께 권고안을 냈는데요. 첫 번째는 계속 얘기되는 가중노동 탈피를 위해서 정규집배원, 공무원 집배원 2,000명을 증원해라, 그리고 사실 토요일도 우편은 배달이 안 되지만 택배가 배달되고 있어서 토요일인 주 6일을 일하니까 주 5일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라, 그리고 집배원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일하는 거를 수치로 만들어서 기준을 1로 만들거든요.

◇ 김양원> 사실 계량화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 조성애> 그러니까 그 계량화가 편지 한 통을 배달하는 게 2초예요. 우체통에 꽂는 순간만 얘기하는 건데, 그리고 등기를 배달할 때는 몇 초, 소포를 배달할 때는 몇 초,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해서 노동의 강도를 측정했던 부하량이 있어요. 이거를 1 기준으로 1보다 낮으면 업무를 더해라, 1보다 높으면 줄여라가 아니라 저 사람은 1.4가 나왔는데 왜 너는 1.3이 나왔니? 너는 1.2가 나왔니? 라고 하면서 쭉 순서를 매겨서 개시하는 문화들이 좀 있었어요.

◇ 김양원> 아 그거는.. 좀 게으르다고 창피를 주는 건가요?

◆ 조성애> 저 사람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당신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그냥 서열화시켜버리는 거죠. 이런 조직문화가 아까 말씀드렸던 우체국이 나를 인간 취급 안 한다고 하는 것, 어떤 우체국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라고 하고, 이런 조직문화도 좀 바꿔야 된다는 얘기를 저희가 권고했고요. 그다음에 많은 분들이 과로사로 돌아가시니까 안전과 보건에 관련한 시스템도, 집배노동자들이 2만 명인데 안전관리를 하는 사람이 딱 한 명밖에 없었어요. 이거를 더 확충해서 충분히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라,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실태 권고안을 냈습니다.

◇ 김양원> 내셨는데, 이런 부분들이 실제로 현재 돌이켜보면 얼마나 반영됐습니까?

◆ 조성애> 저희가 이걸 낸 게 2018년 9월이고 그 이후에 4번 정도의 점검을 했는데요. 사실 가장 중요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정규 집배원 2천 명, 이거는 우정사업본부가 한 천여 명의 인원을 늘리긴 했는데 정규집배원을 늘린 게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듯이 소포만 할 수 있는, 택배만 할 수 있는 특수고용자를 늘려서, 집배노동자의 업무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없는 거고요. 토요 근무도 아직 완벽하게 폐지되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실태 권고안은 유효하고 이것들이 바뀔 수 있도록 국민들이 더 관심 가져 주시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렇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벌써 2018년이면 이제 2년이 되어가는데요. 2년 전에 권고 안으로 도출하신 내용들이 아직도 사실은 제대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저희가 비록 지났지만 근로자의 날 맞아서 한번 고민해 봐야 될 것이 아닌가 싶고요. 저희가 산재 예방과 일터 안전을 점검해보는 코너입니다. 안전은 권리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흔히 코로나19 사태 속에 숨겨진 영웅이라고 언론에서 칭하더라고요. 우리 집배노동자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2만 명에 달하는 집배노동자들의 이야기 한번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조성애>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노동안전 보건실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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