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1월 14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2015년 태완이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경찰청 캐비넷 한구석에 켜켜이 쌓여있던 수많은 미제사건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수사기법의 발전, 베테랑 형사들의 집념 어린 노력 덕분에 그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들이 잇따라 해결됐죠. 이런 고무적인 분위기 속, 인천의 한 미제전담팀도 사건 해결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베테랑 형사들조차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하게 훼손돼 발견됐던 인천의 병방동 살인사건. 당시 목격자도 있었지만 증거 부족으로 용의자 특정에 실패하며 미제로 남는 듯 했죠. 6년 전까지 미제로 남아있던 엽기적 살인 사건의 실마리가 드디어 풀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기에. 그리고 왜, 이토록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던 걸까요. 피해자가 사망한 뒤 폭력을 행사하고 성기 부위까지 훼손됐던 사건. 시 경찰은 분노와 충격 속에서, 사건 현장을 지켜봤다고 하죠. 과연 이 사건의 용의자는 누구였을까요. 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지현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태완이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묻혀있던 미제사건들 가운데 해결된 케이스들이 제법 많았죠?
◆ 박지현 : 네, 살인죄 공소시효의 폐지로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미제사건들이 지속적으로 해결되고 있는데요. 1995년 서울 아차산의 약수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 이대영도 검거되었고, 2002년 호프집 주인을 둔기로 살해한 강도살인마도 검거되었으며, 이태원 살인 사건의 용의자 또한 태완이법 개정으로 검거 가능했습니다.
◇ 이원화 : 공소시효 폐지로 가장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사건은 어떤게 있었죠?
◆ 박지현 : 가장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사건은 아무래도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춘재의 범행은 1986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아직 공소시효가 경과되지 않은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던 범죄가 이제는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으로 명칭이 바뀔 수 있었죠.
◇ 이원화 : 과학수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십년 전에는 판독조차 어려웠던 DNA나 지문도 식별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특히 사건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은데 궁금한 건, 수십년 전의 오래된 증거를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훼손 가능성이나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 같은 게 또 있나요?
◆ 박지현 : 수십년이 된 오래된 증거는 당연히 훼손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증거가 오염되거나 부패하지 않았다는 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DNA의 경우, DNA 증거가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영하 80도에서 냉동보관함으로써 오염, 훼손, 부패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각 증거의 보관과 관련된 절차에 맞추어 보관된 증거는 대부분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 이원화 :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눠볼 케이스는, 인천 병방동 60대 여성 엽기 살해사건,이라 불리던 미제사건이었는데요.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살펴볼까요.
◆ 박지현 : 2008년 8월 19일, 병방동의 한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날, 주민들은 아침 일찍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습니다. 그러다 한 주민이 차를 타고 지나가다 차량 사이에서 한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주민이 상황을 경비원에게 알렸고, 현장을 확인한 경비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할머니의 시신은 5층짜리 아파트 바로 뒤편 옹벽과 일렬 주차된 차량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서 발견됐는데, 할머니의 시신은 알몸 상태였고, 심한 구타를 당했는지 얼굴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더 끔찍했던 것은 성기 부위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아스팔트 바닥에는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말씀해주신 걸 들어보면, 일반적인 살인사건보다도 훼손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란 생각이 드는데요. 피해자 가슴부위에 치흔이 있고, 성기 부위에 훼손 흔적이 있어서 일각에선 혹시 내연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추측들도 나왔던 모양이더라고요.
◆ 박지현 : 네, 일반적으로 훼손이 많고, 그 훼손이 성적인 부위에 집중된 경우에는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싸움과 관련된 주민 신고도 한 번 없었고, 불륜을 의심케 할만한 계좌 내역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사인이었습니다. 간단하게는 경부 압박 질식사, 즉 목졸림에 의한 사망이었는데, 갑상연골, 그러니까 설골 아래에 있는 뼈가 부러졌고, 그 와중에도 목을 강하게 눌러 기도 점막까지 출혈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에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엽기적이란 말밖에 나오질 않는 것 같은데, 이렇게 사체를 훼손한 행위가, 범행 은폐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분노나 성적 충동에 의한 경우다, 할 경우, 처벌 수위에 영향이 있나요. 어떻습니까?
◆ 박지현 : 살인 후에 단순한 분노나 성적 충동에 의해 사체를 훼손하는 경우, 형법 제161조의 사체손괴죄가 적용되는데, 살인죄의 형량을 정할 때 가중요소로 판단되어 처벌 수위에 영향이 있습니다. 사체손괴죄에서 단순한 분노나 성적충동에 의한 경우라고 할 경우에 관하여 양형위원회에서 특별히 규정해둔 바는 없지만, 일정정도 가중 요소로 판단될 확률이 높습니다.
◇ 이원화 : 목격자는 없었습니까?
◆ 박지현 : 있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오후 11시쯤 3-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렸다고 합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인의 몽타주도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물 등에서 유전자를 확보하였고, 부분지문을 채취하여 감정을 의뢰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사 대상자들과 유전자를 대조해봤지만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고, 채취한 지문도 그 형태가 불명확해서 감정 불가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경찰은 시신을 훼손한 정도가 너무 심각해 마약 투약자들이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지역 마약 상습투약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기도 하고, 1년여 동안 현장 주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태완이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고, 미제전담팀이 꾸려지면서 미제전담팀의 사건으로 이 병방동 살인사건이 포함되었습니다. 미제전담팀은 그동안 획기적으로 발전된 지문감식법과 DNA 분석법을 활용하기 위해 당시 채취한 지문 감식과 DNA에 대한 감정을 다시 의뢰했습니다.
◇ 이원화 : 진척이 있었나요?
◆ 박지현 : 네, 당시에는 감정이 불가능 했던 부분지문을 재감정하고, DNA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일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경찰은 2016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했는데, 용의자가 중국교포로 현재 중국에 출국한 상태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후 인터폴 등 공조수사를 통해 용의자의 소재를 파악했지만, 2021년 11월 26일 중국 공안 측으로부터 용의자가 술에 취해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제전담팀은 결국 이 사건을 불송치 결정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원화 : 미제사건의 실체를 밝혔단 점에선 충분히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 협업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도 남는 것 같습니다.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경찰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린 것은 2019년이었는데, 그 사이에 용의자를 잡지 못하고 2021년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그 기간이 그냥 흘러간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 공조절차를 밟는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합니다. 경찰이 검찰에 공조요청서를 송부하기 위한 신청을 하고, 검찰의 공조요청서는 대검찰청까지 거쳐 법무부와 외교부에 이르게 됩니다. 각 기관을 거칠 때마다 평균 1주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절차만 한 달 가까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국제 공조 요청이 전달되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밟아야 하는 절차를 밟다 보면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서 그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국내의 절차라면 일부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각 국가의 사법권이 다른 국가에 미치지 않다보니, 상대 국가에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이원화 : 이렇게 어렵사리 용의자를 특정했는데 용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잖아요. 혹시 피해자 유족 측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라든지 법적으로 밟을 수 있는 절차는 없을까요?
◆ 박지현 : 형사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지만, 사망한 범인의 상속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범인이 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라면,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병방동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청구를 하더라도 실제로 지급 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네 그리고 이 상속인이 만약에 상속 포기나 한정 승인을 한 경우에는 또 여전히 받기 어렵다는 그런 측면이 있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끝나면 유족들이 수사기록을 볼 순 있습니까?
◆ 박지현 :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원칙적으로 수사 기록이 삭제되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열람해볼 수 있습니다. 유족이 수사기록을 열람하고자 하면, 수사 자료가 보관되고 있는 수사기관에 직접 신청하여야 하는데, 경찰의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검찰의 경우 열람등사신청을 통해 가능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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