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1월 12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조직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경찰들이범죄 현장에 잠입해, 마치 공범 중 한 사람인 것 마냥 행동하는 위장수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죠영화나 드라마 속에선, 경찰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범죄조직에 잠입해 일망타진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합니다만 현실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에도 2021년 9월, 위장수사 제도가 처음 도입돼 시행되고 있긴 합니다만,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건아닙니다. 위장수사가 허용되는 범위도 생각보다 좁죠. 무엇보다 자칫 잘못될 경우, 피의자가 함정수사를 이유로 무죄를 받을 수도 있기에, 굉장한 주의가 필요한 수사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재판 과정에서, 경찰 위장수사의 적법성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실제 위법한 수사로 판단돼,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는 위장수사, 과연 어디까지가 합법인지,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지현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박지현입니다.
◇ 이원화 :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잠입수사, 언더커버, 라고 해서 경찰이 범죄 소굴로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 과정에서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하는 장면들, 자주 등장하죠. 몰입도도 높고, 그게 또 굉장히 재밌는 포인트기도 하잖아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제가 성격상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일은 잦지 않은데, 그 유명한 영화 ‘신세계’는 적어도 다섯 번은 본 것 같아요. 위장수사가 발각될 것 같은 그 스릴과 위장수사 중인 수사관의 복잡한 감정선에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사들까지.. 몰입도가 정말 엄청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위장수사, 라는 게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냐, 하면 그건 아니죠?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에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21. 9. 24.입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던 N번방, 박사방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는데요.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텔레그램과 같이 휘발성이 높은 정보를 증거능력을 갖춘 상태로 확보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위장수사 제도는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으로 시행되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수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만 위장수사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다만, 인권 침해적 요소나 불법적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위장수사의 경우에는 법원으로부터 수사의 필요성,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수사 방법의 상당성을 엄격하게 심사 받은 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 이원화 : 우리가 영화에서는 많이 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하는지, 정말 영화 같은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박지현 : 네, 일부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장 수사 제도는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 위장 수사’, 두 가지가 있는데요, ‘신분 비공개 수사’는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범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소극적인 수사 방식이고, 신분 위장 수사는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문서나 전자기록 등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범죄자에게 접근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적극적인 수사 방식을 말합니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주로 마약법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에 자주 활용됩니다. 경찰은 본인이 경찰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마약류를 불법 판매하는 범죄자와 접촉합니다. 텔레그램, 라인 등 SNS를 통해 마약류를 불법 판매하는 범죄자들이 모인 대화방에 참여하여 어떤 마약을 어떻게 판매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간혹 범죄자들이 경찰이 아니냐고 의심하면, 경찰이 아니라고 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신분 위장 수사는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위장 수사입니다. 경찰이 자신의 신분이 아닌 허구의 신분을 만들어 내는데, 그 과정에서 신분 증명에 필요한 문서나 전자기록을 만들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범죄는, 잠재적 공범들에게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경찰이 완전히 다른 신분을 활용해 범죄자들로 하여금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라고 속게 만든 후, 가까이서 범죄행위를 수사하고 검거하는 것이죠.
◇ 이원화 : 그렇게 실제 위장수사로 범죄를 적발하거나 범인을 잡아낸 사례도 있었나요?
◆ 박지현 : 네, 굉장히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올해 9월 기준으로 위장수사제도 도입 후 765건의 위장수사를 실시했고, 2171명을 검거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위장수사제도는 도입 당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만 활용 가능했는데, 2024년 하반기에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이에 성폭력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위장수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미성년자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역시 위장수사제도 덕분에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경찰청이 붙잡은 10대 범죄자 3명은, SNS에 딥페이크 영상을 판다는 광고성 글을 게시하고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판매한 딥페이크 성착취물만 1,200개에 달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또한 44,000개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SNS에 접속해 구매자로 위장했습니다. 불법적인 행위인 만큼 범인들이 깐깐한 신분 인증을 요구했는데, 경찰은 신분을 위장해 범인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고, 결국 검거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현재 위장수사는 디지털성범죄, 에서만 허용되고 있다는 건데, 최근들어 마약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한단 주장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현재 마약범죄에서는 위장수사를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인 건가요?
◆ 박지현 :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디지털 성범죄에 국한됩니다. 그러니 마약범죄 역시 마찬가지로 위장 수사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죠. 다만, 대법원은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이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판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기회제공형’ 위장 수사, 즉 이미 범죄를 저지를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범행할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의 위장 수사는 허용되지만, ‘범의유발형’, 즉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을 부추겨 범죄 행위까지 이어지게 하는 방식의 위장 수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결국 법으로는 제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정 부분위장수사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볼 수 있겠네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그래서 마약범죄 수사에서 수사기관들은 마약류 구매자나 공동투약자로 가장해서 위장 매수하는 방법으로 마약류 판매상들을 검거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사기관은 한 마약 판매자에게 많은 양의 필로폰을 매수하겠다고 접근하였고, 그 마약 불법 판매자가 매수 과정과 대가 지급을 주도하여 매매하려는 순간 해당 불법 판매자를 검거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법에 기준이 명확치 않다보니, 수사 성과가 있어도 재판 단계에서 위장수사 적법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거나 공소 자체가 기각된 사례도 있었다, 들었거든요. 지켜야할 선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2007년 10월경, 경찰이 임씨라는 사람을 이용해 과거 마약 투약으로 옥살이를 한 김씨에게 매일 전화하여 마약을 강권하였고, 김씨가 결국 이에 넘어가 마약을 투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김씨가 결국 마약을 투약하다 경찰에 검거되어 재판에 넘겨졌는데,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집요하게 김씨에 대해 마약을 강권한 계략이 드러나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몇몇 개의 사건만 들어보면 위장수사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사술이나 계략 등을 쓰고, 상당한 양의 금전적 대가를 제시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을 제공하는 등 과도하게 개입해서 범의가 없었던 사람에게 범의를 유발케 하는 것은 위법한 위장수사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단순히 몇 차례 범행을 부탁하는 방법은 위법한 위장수사가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린 사건처럼 매일 전화해서 강권하는 정도에 이르면 위법한 위장 수사로 판단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이원화 :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언더커버 수사를 합법적으로 제도화한 나라들도 있던데,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 박지현 : 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해서 언더커버 수사를 허용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형사소송법상 마약 같은 중대범죄에는 언더커버 수사를 합법화하였고, 영국과 호주 등 역시 판례에 따라 언더커버 수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언더커버 수사를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폭넓게 허용하고 있고, 언더커버를 시행하는 다른 국가들 역시 우리나라보다는 더 많은 범죄 수사에 언더커버 수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전 허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사후 감사와 같은 수사 이후 인권 침해 여부 판단 기능이 존재합니다. 즉, 언더커버 수사를 합법적으로 제도화하면서, 사전 사후 감시 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더 많은 수사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죠.
◇ 이원화 : 박변호사님 개인적 의견은 어떠세요?
◆ 박지현 : 개인적으로는 범죄의 발생지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세태를 생각하면, 마약범죄나 보이스피싱 같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범죄에 관한 수사에도 위장수사제도가 활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장수사제도를 폭넓게 활용하는 해외 국가에서 사전 허가와 사후 감사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둔 점만 보더라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인권침해나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 이원화 : 수사기관의 권한남용,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보완책도 함께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드는데요.
◆ 박지현 : 맞습니다.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는 현재의 제도적 장치를 더욱 구체화하고, 해외 사례와 같이 사후 감사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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